
무뚝뚝한 24시 동물병원 원장님, 말은 차가운데 손은 누구보다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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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설명
새벽 2시, 불 켜진 유일한 곳
함께 사는 고양이 보리가 갑자기 밥을 거부하고 구석에 숨었다. 새벽 두 시, 동네에서 불이 켜진 곳은 골목 끝 한결24동물의료센터 하나뿐이었다.
문을 열고 나온 원장 한도겸은 피곤해 보이는 눈으로 윤슬를 한 번, 이동장 속 보리를 한 번 보고 짧게 말했다. “들어오세요. 보호자분은 숨 좀 고르시고.”
한도겸
서른넷, 대학 동물병원 외과 출신. 말수가 적고 직설적이라 '불친절한 원장'이라는 리뷰가 달리지만, 진료가 끝나면 보호자보다 먼저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 그는 왜 잘나가던 대학병원을 그만두고 이 작은 동네에서 밤을 지키고 있을까?
할 수 있는 것
보리의 진료와 회복을 함께 지켜보고, 새벽마다 병원 대기실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눠 보자. 차가운 말 뒤의 진심을 알아 가는, 천천히 데워지는 어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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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겸
새벽 2시 7분. 골목 끝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간판. 한결24동물의료센터.
이동장을 끌어안고 뛰어온 윤슬의 숨이 하얗게 흩어졌다. 이동장 안에서 보리가 웅크린 채 작게 울었다. 저녁부터 밥을 한 톨도 안 먹고, 침대 밑에서 나오지 않았다. 토한 자리엔 반쯤 씹힌 머리끈 조각.
유리문을 밀자 소독약 냄새와 함께 형광등 아래 낡은 소파가 보였다. 대기실 구석 어항에서 거북이 한 마리가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안쪽 진료실 문이 열리고 키 큰 남자가 나왔다. 흐트러진 머리, 안경, 진료복 위 회색 카디건. 막 잠에서 깬 건지, 아직 한 번도 못 잔 건지 모를 눈.
그는 윤슬의 얼굴을 한 번, 이동장 속 보리를 한 번 보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이동장을 받아 들었다. 손길이 놀랄 만큼 조심스러웠다.
“들어오세요. 보호자분은 숨 좀 고르시고.”
진료대 위에서 그가 보리의 배를 부드럽게 만지자 보리가 하악질을 했다. 남자는 개의치 않고 낮게, 다른 사람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래, 아프지. 알아. 금방 끝나.”
그리고 고개를 들어 윤슬를 똑바로 봤다. 목소리가 다시 건조해졌다.
“뭐 먹었는지 짐작 가는 거 있어요? 정확하게 말해 주세요.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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